2017. 08. 24|VIEW
<서울경제 골프매거진>5년 전 아마추어 유망주 인터뷰로 본지 독자들에게 얼굴을 비쳤던 소녀 오지현(21, KB금융그룹)이
어엿한 투어 4년차의 프로페셔널 골퍼로 성장했다. 최근 KLPGA 투어에 분 ‘지현 돌풍’의 막내인 그는 통산 3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고,
투어의 간판스타들만 엄선하는 KLPGA 홍보모델에도 발탁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 안팎 어디든 과한 액션 없이 차분함 일색이면서 그 이면에 강한 승부욕을 지닌 오지현의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다.
KLPGA 홍보모델에도 처음으로 발탁됐고 통산 3승을 거뒀다. 이제는 KLPGA 투어의 간판스타 중 1명으로 자리를 잘 잡은 느낌인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과찬이다. 진심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쟁쟁한 선배들이나 동년배 선수들이 워낙 많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지 말아야 하고, 전체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해외 투어로 많이 나간 지금 투어 흥행을 계속해서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물론이고 동료 선수들도 다 같이 더 노력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5주 연속 ‘지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들이 우승했다. 다른 김지현 언니들과 ‘지현 돌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나.
두 언니들과 모두 친하게 지내는 편이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도 모두 굉장히 신기해했고, 서로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즐겁게 말했다(웃음).
국가대표 출신의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2014 시즌에 데뷔했다. 그런데 그 해 투어 출전권을 바로 잃었고, 다시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첫 시즌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는데.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다. 프로 데뷔가 동년배 선수들에 비해 한두 해 정도 이른 편이어서 첫 시즌에는 주위에 친구들이 전혀 없었다. 전부 선배들뿐이었다. 외롭게 투어 생활을 시작했고, 경기력 부분에서도 부족한 점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그 해 배운 점이 많다.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하고 또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데뷔 때부터 그런 힘든 경험을 한 게 지금 투어 생활을 잘 해내고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15년부터 매해 우승을 하고 있고 상금랭킹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기복이 조금 심한 편인 듯하다. 성적이 좋다가도 다음 대회에서 컷 탈락을 하거나 하위권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첫 우승 이후 긴장이 조금은 풀린 느낌이 있었는지 성적에 기복이 있더라. 이 부분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최대한 꾸준하게 성적을 내기 위해서 스윙은 물론이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확실히 작년에 비해 더 많은 부분을 체크하고 신경 쓰는 편이다.
냉정하게 프로 골퍼로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꼭 개선해야 하는 미션 같은 게 있나.
다른 부문에 비해 그린 적중률이 너무 낮다. 그리고 100m 이내 샷에서 정확성이 조금 떨어진다. 이 두 가지와 쇼트게임은 항상 보완하려고 집중하고 있다.
운동선수 치고는 여린 몸이어서 체력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텐데.
맞다. 최근에는 운동량을 더 늘렸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4년 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꾸준히 하고 있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주 1회 정도 했다면 지금은 거의 매일 하는 편이다. 체력 부분을 신경 쓰면 특히 여름 시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대회를 치르고 나서도 컨디션 회복이 빨리 되는 편이고 잔부상도 현저히 줄었다. 대회 기간에는 가벼운 컨디셔닝 위주의 운동을 하니까 더욱 효과적이더라.
최근 새로운 스윙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그 동안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닌데 굳이 스윙 코치를 변경한 이유가 있나. 또 코치 교체로 변화된 점이 있다면.
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변화를 주고 싶었다. 100% 내 의견으로 결정한 것이다. 새로운 코치를 만난 후 일단 샷거리가 10야드 이상 늘었고 스윙이 간결해졌다. 스윙에 필요한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요령도 터득하게 됐다. 샷거리가 길어지니까 코스 공략이 굉장히 편해졌다. 세컨드샷을 할 때도 예전보다 한두 클럽 더 짧은 클럽을 사용할 수 있으니 확실히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직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와서 대단히 만족스럽다.
KLPGA 투어가 전반기를 마치고 반환점을 돌았다. 하반기에 가장 우승하고픈 대회가 있다면.
메인스폰서가 주최하는 K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또 한화금융 클래식이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큰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그렇지만 우승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대한 많은 톱10을 목표로 좋은 흐름을 꾸준하게 유지해야 우승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온다.
해외 진출 생각이 아직 없다고 했는데 어제는 김해림이 JLPGA 투어 첫 출전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오늘 아침에는 태평양 건너에서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 소식도 들려왔다. 일본, 미국 등 해외 투어를 우리나라 선수들이 휩쓸고 있는데 해외 진출 생각이 문득 들진 않던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나도 새삼 ‘와! 우리나라 선수들 정말 잘하는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웃음). 그들 모두 KLPGA 투어를 거쳐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지 않은가. 분명 KLPGA 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하다보면 해외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런데 아직은 해외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자 투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부친 역시 캐디를 도맡고 대회장에 항상 동행하는 열정적인 ‘골프 대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조언을 해주나.
생업까지 접고 내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열정적인 골프 대디이긴 한데 아빠는 그동안 골프를 전혀 몰랐다. 올해 골프를 처음 배웠고 지난 3월에 머리를 올렸다.
그렇다면 딸이 얼마나 어려운 종목을 소화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스윙 가지고는 별 얘기 안 하고, 멘탈 부분만 조언해준다(웃음).
어린 나이에 소녀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니 대단하다. 형제는 어떻게 되나.
철인 3종 경기를 즐겼던 아빠의 영향인지 고등학교 1학년 남동생은 근대 5종 선수를 하고 있다. 골프도 했는데 본인 적성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부모님이 내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있어서 나나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크다. 동생은 대구에서 체육고등학교를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용돈이라도 많이 챙겨주려고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유능한 투어 전문 캐디가 많아졌다. 전문 캐디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은 효과가 있진 않을까.
그 생각을 많이 해봤다. 그런데 나는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스타일이다. 대회에서 서로 믿음을 갖고 모든 플레이를 함께 해야 하는 파트너니까 그 무엇보다 신뢰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당장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투어 전문 캐디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아이큐가 높고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며, 학창시절 공부도 잘했다고 들었다. 굳이 골프선수의 길을 택한 이유가 있었나.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다. 한 자리에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스윙이 지겨웠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 기회가 생겨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그 대회에서 굉장히 못했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어서 그때부터 골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골프 한 번 이겨봐야겠다. 골프에게 지기 싫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골프선수를 진로로 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오지현은 어떤 모습일까.
평범하게 대학교에 다니면서 지내고 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꿈이 의사였고, 메디컬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다 보는 등 의학 쪽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만약 학업의 길을 택했다면 아마 의학 쪽 공부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공부를 아주 잘했다면(웃음).
그렇다면 선수 생활 은퇴 후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스포츠 매니지먼트나 스포츠 마케팅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학사 졸업 후 관련 분야의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당시 <서울경제 골프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과 LPGA 명예의 전당을 최대 목표로 얘기했었다. 올림픽 금메달 목표는 2020년 도쿄 대회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이 두 가지 목표는 여전히 변함없나.
그때는 워낙 상상력이 풍부하고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시절이었다(웃음).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출전하고 싶은데 세계 랭킹이 높아야 출전 기회가 오니까 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유리한 상황일 듯하다. 이제부터는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이뤄나가려 한다. 그동안 매해 1승씩 했으니 올해는 다승을 하는 게 목표고, 그 다음에는 또 그때에 맞는 목표를 설정해 꾸준하게 목표를 이뤄나가겠다.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오지현 PROFILE
생년월일: 1996년 1월6일생
데뷔년도: 2014년
신장: 169cm
계약: KB금융그룹
주요기록: 2015 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2016 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2017 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부 / 글_성승환 기자 ssh@hmgp.co.kr, 사진_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서울경제 골프매거진>5년 전 아마추어 유망주 인터뷰로 본지 독자들에게 얼굴을 비쳤던 소녀 오지현(21, KB금융그룹)이
어엿한 투어 4년차의 프로페셔널 골퍼로 성장했다. 최근 KLPGA 투어에 분 ‘지현 돌풍’의 막내인 그는 통산 3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고,
투어의 간판스타들만 엄선하는 KLPGA 홍보모델에도 발탁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 안팎 어디든 과한 액션 없이 차분함 일색이면서 그 이면에 강한 승부욕을 지닌 오지현의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다.
KLPGA 홍보모델에도 처음으로 발탁됐고 통산 3승을 거뒀다. 이제는 KLPGA 투어의 간판스타 중 1명으로 자리를 잘 잡은 느낌인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과찬이다. 진심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쟁쟁한 선배들이나 동년배 선수들이 워낙 많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지 말아야 하고, 전체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해외 투어로 많이 나간 지금 투어 흥행을 계속해서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물론이고 동료 선수들도 다 같이 더 노력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5주 연속 ‘지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들이 우승했다. 다른 김지현 언니들과 ‘지현 돌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나.
두 언니들과 모두 친하게 지내는 편이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도 모두 굉장히 신기해했고, 서로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즐겁게 말했다(웃음).
국가대표 출신의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2014 시즌에 데뷔했다. 그런데 그 해 투어 출전권을 바로 잃었고, 다시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첫 시즌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렀는데.
지금도 어리지만 그때는 더 어렸다. 프로 데뷔가 동년배 선수들에 비해 한두 해 정도 이른 편이어서 첫 시즌에는 주위에 친구들이 전혀 없었다. 전부 선배들뿐이었다. 외롭게 투어 생활을 시작했고, 경기력 부분에서도 부족한 점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그 해 배운 점이 많다.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하고 또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데뷔 때부터 그런 힘든 경험을 한 게 지금 투어 생활을 잘 해내고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15년부터 매해 우승을 하고 있고 상금랭킹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기복이 조금 심한 편인 듯하다. 성적이 좋다가도 다음 대회에서 컷 탈락을 하거나 하위권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첫 우승 이후 긴장이 조금은 풀린 느낌이 있었는지 성적에 기복이 있더라. 이 부분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최대한 꾸준하게 성적을 내기 위해서 스윙은 물론이고 체력적인 면에서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확실히 작년에 비해 더 많은 부분을 체크하고 신경 쓰는 편이다.
냉정하게 프로 골퍼로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꼭 개선해야 하는 미션 같은 게 있나.
다른 부문에 비해 그린 적중률이 너무 낮다. 그리고 100m 이내 샷에서 정확성이 조금 떨어진다. 이 두 가지와 쇼트게임은 항상 보완하려고 집중하고 있다.
운동선수 치고는 여린 몸이어서 체력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텐데.
맞다. 최근에는 운동량을 더 늘렸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4년 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꾸준히 하고 있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주 1회 정도 했다면 지금은 거의 매일 하는 편이다. 체력 부분을 신경 쓰면 특히 여름 시즌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대회를 치르고 나서도 컨디션 회복이 빨리 되는 편이고 잔부상도 현저히 줄었다. 대회 기간에는 가벼운 컨디셔닝 위주의 운동을 하니까 더욱 효과적이더라.
최근 새로운 스윙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그 동안 성적이 나빴던 것도 아닌데 굳이 스윙 코치를 변경한 이유가 있나. 또 코치 교체로 변화된 점이 있다면.
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변화를 주고 싶었다. 100% 내 의견으로 결정한 것이다. 새로운 코치를 만난 후 일단 샷거리가 10야드 이상 늘었고 스윙이 간결해졌다. 스윙에 필요한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요령도 터득하게 됐다. 샷거리가 길어지니까 코스 공략이 굉장히 편해졌다. 세컨드샷을 할 때도 예전보다 한두 클럽 더 짧은 클럽을 사용할 수 있으니 확실히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아직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와서 대단히 만족스럽다.
KLPGA 투어가 전반기를 마치고 반환점을 돌았다. 하반기에 가장 우승하고픈 대회가 있다면.
메인스폰서가 주최하는 K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또 한화금융 클래식이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큰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그렇지만 우승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대한 많은 톱10을 목표로 좋은 흐름을 꾸준하게 유지해야 우승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온다.
해외 진출 생각이 아직 없다고 했는데 어제는 김해림이 JLPGA 투어 첫 출전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오늘 아침에는 태평양 건너에서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 소식도 들려왔다. 일본, 미국 등 해외 투어를 우리나라 선수들이 휩쓸고 있는데 해외 진출 생각이 문득 들진 않던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나도 새삼 ‘와! 우리나라 선수들 정말 잘하는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웃음). 그들 모두 KLPGA 투어를 거쳐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지 않은가. 분명 KLPGA 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하다보면 해외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런데 아직은 해외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자 투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부친 역시 캐디를 도맡고 대회장에 항상 동행하는 열정적인 ‘골프 대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조언을 해주나.
생업까지 접고 내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열정적인 골프 대디이긴 한데 아빠는 그동안 골프를 전혀 몰랐다. 올해 골프를 처음 배웠고 지난 3월에 머리를 올렸다.
그렇다면 딸이 얼마나 어려운 종목을 소화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스윙 가지고는 별 얘기 안 하고, 멘탈 부분만 조언해준다(웃음).
어린 나이에 소녀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니 대단하다. 형제는 어떻게 되나.
철인 3종 경기를 즐겼던 아빠의 영향인지 고등학교 1학년 남동생은 근대 5종 선수를 하고 있다. 골프도 했는데 본인 적성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부모님이 내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있어서 나나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크다. 동생은 대구에서 체육고등학교를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용돈이라도 많이 챙겨주려고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유능한 투어 전문 캐디가 많아졌다. 전문 캐디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은 효과가 있진 않을까.
그 생각을 많이 해봤다. 그런데 나는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스타일이다. 대회에서 서로 믿음을 갖고 모든 플레이를 함께 해야 하는 파트너니까 그 무엇보다 신뢰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당장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투어 전문 캐디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아이큐가 높고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며, 학창시절 공부도 잘했다고 들었다. 굳이 골프선수의 길을 택한 이유가 있었나.
처음에는 재미가 없었다. 한 자리에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스윙이 지겨웠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 기회가 생겨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그 대회에서 굉장히 못했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어서 그때부터 골프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골프 한 번 이겨봐야겠다. 골프에게 지기 싫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골프선수를 진로로 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오지현은 어떤 모습일까.
평범하게 대학교에 다니면서 지내고 있을 것 같다. 어렸을 때 꿈이 의사였고, 메디컬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다 보는 등 의학 쪽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만약 학업의 길을 택했다면 아마 의학 쪽 공부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공부를 아주 잘했다면(웃음).
그렇다면 선수 생활 은퇴 후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스포츠 매니지먼트나 스포츠 마케팅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학사 졸업 후 관련 분야의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고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당시 <서울경제 골프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과 LPGA 명예의 전당을 최대 목표로 얘기했었다. 올림픽 금메달 목표는 2020년 도쿄 대회로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이 두 가지 목표는 여전히 변함없나.
그때는 워낙 상상력이 풍부하고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시절이었다(웃음).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출전하고 싶은데 세계 랭킹이 높아야 출전 기회가 오니까 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유리한 상황일 듯하다. 이제부터는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이뤄나가려 한다. 그동안 매해 1승씩 했으니 올해는 다승을 하는 게 목표고, 그 다음에는 또 그때에 맞는 목표를 설정해 꾸준하게 목표를 이뤄나가겠다.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 오지현 PROFILE
생년월일: 1996년 1월6일생
데뷔년도: 2014년
신장: 169cm
계약: KB금융그룹
주요기록: 2015 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2016 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2017 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부 / 글_성승환 기자 ssh@hmgp.co.kr, 사진_차병선 기자 acha@hmgp.co.kr